대금굴大金窟
犬毛 趙源善
하늘이나 땅이나 바다거나 길만 있으면 돼
걱정근심일랑 툭툭 털고
훌훌 벗은 알몸으로 괴나리봇짐 하나 꾸려
달랑달랑 흔들며 떠나는 거야.
구불구불 골짜기만 들어와도 이미 산은 별천지別天地
발바닥 간지럽게 땀 할딱이며 외줄로 잠시 기어오르니
시커먼 밤의 나라가 살짝 문을 연다
깊이조차 모르는 곳에서 솟은 파란 샘이 폭포로 콸콸 떨어져
지구地球의 몸속 굽이굽이 후벼 파며 거미줄 같이 돌고 또 돌아 헤매
물이 결국 길을 만들고
오억五億 삼천三千 나이를 주무른 종유鐘乳의 갖가지 모양이 가히 신비神秘를 넘어서
백년百年에 눈곱만큼 자란다는 무한無限의 청춘靑春들이 심히 즐비櫛比하고
이 모든 게 다 물의 조화더라
물이 과연 모든 생명生命의 근원根源이라
이렇게 웃으며 저렇게 울며 흘러 흘러서 강으로 바다로 길을 내며 기약 없이 가는 것이야
아 아 저기
평생 햇빛구경 못하는 실낱같은 노래기 한 마리
석순石筍 어두운 골에 꼬물꼬물 기어간다
산다는 게 뭔지 참
기이奇異한 놈 노래기가, 벗어놓은 내 등짐무게를 더해준다
물 따라 길 따라 혼자 어디로 내빼더라도
허리춤 꽉 붙들어 맨
보이지 않는 끈이 참으로 질기다.
에이-
이 금굴金窟이 내 꼬르륵거리는 뱃속이려니
허 허 허.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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