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돼지 팔자

犬毛 - 개털 2006. 6. 13. 10:54

 

0

 

돼지 팔자

犬毛/趙源善



어쩌라고요?

주는 대로 먹고

달라는 대로 꾹꾹 참고 다 드린 게

죄가 됩니까?


못난 욕심쟁이에 무식한 비곗덩어리라고 평생 손가락질 하더니

누가 뭐랬나? 괜한 진주 내흔들며 수준이 어떻다고 신나게 희롱하다가

꿈 타령할 때만 반짝 치켜세우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주인 입맛 따라

돈 떨어지면

제 명도 못 채워 무참히 도륙 당하지요

정말로 아주 비참해요.


대가리 채 통으로 삶아도 눈 뜨고 콧구멍 벌름 씨-익 웃어야 해

창자 훑어내 밥풀 잔뜩 우겨넣어 쑹덩쑹덩 칼질하지를 않나

갈비는 전기톱으로 왱왱거려 토막토막 잘리며

뭔 몇 겹 살이라 베어 사정없이 지지고 볶고 누르고 끓이고 굽고

등뼈 속 골수까지 탕으로 부글부글 우려내면서

발톱 후벼 뽑아내 찜질시켜 쪽쪽 빨더니

파르르한 껍데기마저 돌돌 비벼 짓 씹어대고

뻣뻣한 털조차 구둣솔로 박박 먼지를 긁더군요.


아 아

이렇게까지

내 한 몸 대가리 꼭지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악으로 바쳐

오로지 충성하는 우리 앞에

빚더미라니.

<0606>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0) 2006.06.15
비책秘策  (0) 2006.06.14
*바보  (0) 2006.06.12
억지  (0) 2006.06.12
월드컵  (0) 200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