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팔자
犬毛/趙源善
어쩌라고요?
주는 대로 먹고
달라는 대로 꾹꾹 참고 다 드린 게
죄가 됩니까?
못난 욕심쟁이에 무식한 비곗덩어리라고 평생 손가락질 하더니
누가 뭐랬나? 괜한 진주 내흔들며 수준이 어떻다고 신나게 희롱하다가
꿈 타령할 때만 반짝 치켜세우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주인 입맛 따라
돈 떨어지면
제 명도 못 채워 무참히 도륙 당하지요
정말로 아주 비참해요.
대가리 채 통으로 삶아도 눈 뜨고 콧구멍 벌름 씨-익 웃어야 해
창자 훑어내 밥풀 잔뜩 우겨넣어 쑹덩쑹덩 칼질하지를 않나
갈비는 전기톱으로 왱왱거려 토막토막 잘리며
뭔 몇 겹 살이라 베어 사정없이 지지고 볶고 누르고 끓이고 굽고
등뼈 속 골수까지 탕으로 부글부글 우려내면서
발톱 후벼 뽑아내 찜질시켜 쪽쪽 빨더니
파르르한 껍데기마저 돌돌 비벼 짓 씹어대고
뻣뻣한 털조차 구둣솔로 박박 먼지를 긁더군요.
아 아
이렇게까지
내 한 몸 대가리 꼭지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악으로 바쳐
오로지 충성하는 우리 앞에
웬
빚더미라니.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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