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사건
견모 조원선
오십여 년전의 일. 연극반 연습 마치고 막걸리 한 잔 거나해서 161번 버스를 탔는 데 자리가 없더라. 앞에 동덕여대 학생 둘이 앉아있다가 내 가방을 받아줬다. 둘이 소곤거리더니 나를 쓱 올려다 보고는 입을 가리고 웃는다. 난 신경 안 쓰고 열심히 머릿속으로 내 대사를 외웠고. 여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계속 킥킥거리더라. 신설동지나며 슬쩍 눈을 내리깔고 봤더니 앗 청바지의 남대문이 완전 활짝 열려 빤쓰가 보인다. 이걸 어쩐다? 에이 그냥 푼수연기로 뭉개버리자. 여학생들이 날 올려다보고 웃으면 나도 웃었다. 남대문은 그냥 열어 놓은 채로. 웃으면 계속 실실 같이 웃어주니까 여학생들은 배꼽을 잡는다. 그러면서 서대문까지 왔다. 가방을 찾으면서 말해줬다. 아까부터 알고있었어요. 실컷 웃었죠?
서대문에 내려서야 지퍼를 올렸다. 짜식들아 내가 고대연극반 배우야 배우! 알간?
158번으로 여유있게 갈아탔다.
(2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