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喪失
犬毛 趙源善
나무에 달린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이 더 많으면 봄이 익은 거다. 창밖으로 돌담아래 떨어진 낙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불쑥 그걸 어디다 두었지?하고 찾기 시작한다.
거실 반다지서랍, 화장실 거울장, 계단아래 창고, 2층 서재 책꽂이 위, 내방 붙박이장 서랍, 거실 뒤주, 안방장농 속 가방, 소파 밑, 현관 신발장까지. 내가 잘 숨겨둘 만한 곳을 다 뒤져봤지만 어느 곳에도 그게 없다.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침착하게 잘 생각해 보자. 미치겠다. "당신, 도대체 무얼 그리 열심히 찾는 거야?" 아내가 묻는다. 응? 번쩍하더니 벼락이 뒤통수를 꽝 때린다. "앗! 그게 말이야ㅡ" 앞이 캄캄하다. 바보처럼 나는, 내가 여태껏 허위허위 찾던 그것이 무엇인지를 까맣게 모르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무계하고 해괴망측한 일이냐.
아 이것 참! 아무튼 지금, 진짜로 내가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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