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ㅡ 2022년부터

술맛

犬毛 - 개털 2025. 5. 25. 09:08

술맛
견모 조원선

반백년 부어 넣은 술통이 뽀얗게 가라앉아 조심조심 모가지를 살짝 비틀었더니 분수처럼 향이 퍼진다.
공짜로 줄 선 빈 술잔들이 냄새에 취해 해롱거리다가 뻥뻥 나자빠진다. 그게 대폿집 문고리냐 아낙네 치마끈이냐 비틀비틀 마냥 더듬거리는 모자란 꼬락서니 하고는. 세상에 공짜로 거저먹을 건 없느니라.
애송이들아! 니들이 어찌 이 맛을 알겠느냐. 그리하여 머리뚜껑이 열리면 바로 빨주노초파남보 나만의 무지개가 뜬단다.
<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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