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견모 조원선
꼭 일년전 작년의 오늘이다. 신양리 포구에서 낚시를 했는데 얼굴만한 쥐치를 끌어당기다가 발이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사건.
다음날 바로 제주시로 나갔지만 이미 핸드폰은 사망. 전화번호가 다 날아가버리고 바로 새 핸드폰으로 교체. 이후 수단과 방법을 다해 전화번호를 수집했지만 아직도 부족.
아침식사중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 일단 받고 눈치봐야한다. 게다가 청력까지 시원치 않으니. 여보세요ㅡ 네ㅡ 네? 아하 승수형님이다. 극회 선배. 67학번 동기분들과 여행 오셨단다. 서귀포시에 계시는 동기 제국형 댁으로 가시는 중이라고. 모르는 전화를 받았는데 나야 나 ㅡ하면 정말 미친다. 목소리로 누구인지 단번에 알기가 어려워 누구시냐 물어 이름을 딱 대주면 좋은데 나라니까 ㅡ하면 참 난처하다. 허허.
나 승수야ㅡ 오래간만에 듣는 형님 맑은 목소리다.
학생회관, 시청각실, 총각집, 학사주점, 명동골목과 남산의 여관, 서대문 MBC 등등의 추억이 주마등같이 휙ㅡ.
교우회 봉사단장 흥옥형도 엊그제 제주 오셨다고.
내가 봉사하던 몽골학교를 이어받아 봉사하는 고등동기 장섭이도 제주왔고.
어떻게 얼굴이라도 보고싶은데. 다 각자의 여행팀 스케줄이 있다하니. 이쪽 동부권 성산지역으로 지나가길 학수고대한다. 그제 성산양정동문회에서 폭음하여 어제 하루종일 뭉개고 자빠져서 곯았는데 이제서야 머리가 맑다. 난 이렇게 산다. 허허허.
(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