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막걸리 1
견모 조원선
넌
내 사십년 지기 소주를
한 방에 때려눕힌
무지무지 센 놈이다.
(170601)
제주막걸리 2
견모 조원선
넌
달작지근에 빠진 내 혀를
얼빵한 시큼털털로 낚아
홀라당 뒤집어 놓은 놈이다.
(170602)
제주막걸리 3
견모 조원선
넌
뭍에서나 섬에서나
이름이 어찌 그 따위냐?
그냥 막 걸러냈다고 막걸리라며.
(170603)
제주막걸리 4
견모 조원선
넌
워낙
뽀얗게 흐리멍텅해서
마신 사람까지
히쭈구리 하얗게 만드는구나.
(170604)
제주막걸리 5
견모 조원선
넌
첫 잔이 바로
엄마의 찌찌 맛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6
견모 조원선
내겐 네가 제일 좋은 친구인데
누구에겐 제일 미운 악마라니.
(170605)
제주막걸리 7
견모 조원선
넌
일출봉 앞바다로 밀려오는
푸른 파도의
하얗게 부서진 거품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8
견모 조원선
넌
한 겨울의
온돌방 아랫목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9
견모 조원선
넌
딱 여섯 잔으로
날
낙원으로 인도하는구나.
(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