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제주막걸리 1 - 9

犬毛 - 개털 2017. 6. 24. 16:03

제주막걸리 1

견모 조원선

 

내 사십년 지기 소주를

한 방에 때려눕힌

무지무지 센 놈이다.

(170601)

 

제주막걸리 2

견모 조원선

 

달작지근에 빠진 내 혀를

얼빵한 시큼털털로 낚아

홀라당 뒤집어 놓은 놈이다.

(170602)

 

제주막걸리 3

견모 조원선

 

뭍에서나 섬에서나

이름이 어찌 그 따위냐?

그냥 막 걸러냈다고 막걸리라며.

(170603)

 

제주막걸리 4

견모 조원선

 

워낙

뽀얗게 흐리멍텅해서

마신 사람까지

히쭈구리 하얗게 만드는구나.

(170604)

 

제주막걸리 5

견모 조원선

 

첫 잔이 바로

엄마의 찌찌 맛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6

견모 조원선

 

내겐 네가 제일 좋은 친구인데

누구에겐 제일 미운 악마라니.

(170605)

 

제주막걸리 7

견모 조원선

 

일출봉 앞바다로 밀려오는

푸른 파도의

하얗게 부서진 거품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8

견모 조원선

 

한 겨울의

온돌방 아랫목이다.

(170604)

 

제주막걸리 9

견모 조원선

 

딱 여섯 잔으로

낙원으로 인도하는구나.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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